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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금강 죽이는 것은 다름아닌 보!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7. 2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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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금강 만나다.

지난주에 금강 상류를 다녀왔습니다. 남한강에서는 살다시피 했고, 낙동강은 고향인데다 답사도 몇번 다녔기 때문에 이번엔 좀 더 새로운 곳에 가보고자 했습니다. 바로 연이 별로 없는 충청도의 젖줄인 금강유역이었습니다.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가보긴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남한강과 낙동강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강 폭은 남한강보다는 훨씬 좁은 편이었고, 낙동강과는 비슷한 듯 보였습니다. 아기자기한 면이 많았던 것 같네요. 

낙화암 주변이나 금강보 일대도 둘러보았는데 다행히? 남한강과 낙동강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파괴가 덜한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상류쪽을 둘러보게 되었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적잖히 놀랐습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고, 물소리가 주변공간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이따금씩 들리는 폭발음이 상당히 거슬리긴 했지만 풍경을 만끽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냥 대강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맑고 깨끗한 곳을 보니 물가로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강물에 가까이 다가서고 다시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도대체 죽어있다는 강은 어디에 있는지!! 조그마한 치어들이 물살을 타고 요리조리 헤엄치고 있었는데, 왜 이런 모습을 두고 죽었다 표현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었으므로 곧장 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몇걸음을 들어가도 물의 깊이는 발목까지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얕은 탓에 물도 차지않아 아이들 물놀이 장소로 제격인 것 같더군요. 

한동안 풍경에 취해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한강 중류지역에도 이런 지역이 더러 있었는데 이번 4대강 사업으로 대부분 사라졌거든요. 제가 갔던 지역도 어쩌면 4대강 사업 구간에 들어가 있을지 몰라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그곳을 벗어나 더 상류로 올라갔습니다. 상류엔 더 아름다운 강이 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 금강 상류는 처음 가봤습니다. 무엇이든 첫 인상이 중요한데 그는 매우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어 첫눈에 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강 우안으로 하얀 백사장이 깔려있었습니다. 이 모래사장은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검은등 할미새 등 여러 물가에 사는 새들의 삶의 터전이 됩니다. 흐르는 물을 여과시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이를 두고 어떤 '생태학자'라는 사람은 '사막'이라 했다죠? -.- 웃고 맙니다. 




| 바람이 잠들어 있는 탓에 강물은 아주 고요했습니다.



| 그러나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지요. 강바닥 자갈의 구부러짐을 타고나 강물도 우물우물 오르내리며 물결을 만들어냈습니다.



| 깨끗한 자갈과 모래. 제가 사는 부산 해운대의 백사장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고왔습니다. 개발업자에겐 이것들은 그저 '돈'일 뿐입니다. 




| 저의 못생긴 발입니다. 수위는 한 참을 들어가도 무릅을 넘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이런 상태를 '토사가 쌓여 준설을 해야한다'며 이 아름다움을 파괴합니다.




| 강물이 굽이치며 여울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여울은 그야말로 강의 허파입니다. 바위나 자갈을 이용해 물결을 일으키고, 물결이 물로 떨어지며 파동을 일으킬 때 산소를 물속으로 가져옵니다. 그 산소를 물 속 생물들이 나눠 마십니다. 특히 여울이 있는 곳에는 수많은 수서곤충들이 붙박이로 삽니다. 그리고 그것을 먹으려는 작은 물고기들, 작은 물고기를 먹으려는 새들. 그 새를 먹으려는 포유류들... 또, 여러 물고기들의 산란처가 됩니다. 산소가 풍부하고 큰 포식성 물고기가 비교적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렇게 여울은 강 생태계의 중심에 섭니다. 하지만 수심이 3m, 6m 인 강에서는 이런 여울을 만날 수 없습니다. 산소가 부족해도 살 수 있는 큰 물고기들이 지배하게 됩니다. 다양성은 떨어지고 물속은 황폐화 됩니다. 역할을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어찌된 영문인지 상류를 올라가면 갈 수록 물은 탁해보였습니다. 피서객들이 있어서일까요?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휴식을 즐기고 있었지만 저들의 영향으로 물이 더러워진 것 같지는 않아보였습니다.




| 보통 상류의 모래사장이라면 깨끗한 모래만 있는 것이 보통인데 여긴 풀이 많이 자라있었습니다. 물을 더럽게 만드는 그 무엇과 같은 이유인 것 같았죠.




| 이 마을에는 소를 놓아 길렀습니다. 아주 어릴 때 소를 놓아 기르던 기억은 있습니다만,.. 굉장히 오랫만에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 아기자기한 마을 앞을 강은 돌아갑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 드렸듯이 물은 더 탁해지고 강변 백사장엔 비정상적으로 풀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원래 상류는 물살이 빠른 편이고 하상계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풀이 자라날 여유가 없습니다. 풀씨들, 나무씨들이 금방 금방 씻겨내려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이 위에는 무엇인가가 딱 버티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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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왜 더러워지나 했는데... 보가 강을 죽이고 있었다.

아니길 바랐지만 역시나 보가 있었습니다. 어림잡아 4m 정도의 수심을 유지하는 보 같았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보를 만들었나 싶었는데 지도를 살펴보니 '금강유원지'라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죠. 천천히 가며 살펴보니 보 주변은 모조리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었고, 아까 느꼈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몇몇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고, 포장마차들이 강변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구식개발 강변 모습이었죠. 

가까이 가보니 이 괴기한 보는 고무로 되어 있었습니다. 혹시 가동보인가요?? -.- 바람을 빼면 물이 그냥 흘러가고 바람을 넣으면 보가 되는?? 출렁거리는 물 저편에는 누군가가 수상스키를 타고 있었습니다. 엥~ 엥~ 거리는 보트 뒤로 청년이 줄을 잡고 따라가고 있었죠. 이것이 '금강유원지'의 핵심이었습니다. 물을 가두고 배를 띄울 만큼 수위를 높인 뒤 엥~ 엥~ 하며 노는 겁니다. 조금 전까지 발에 물을 담그고 작은 물고기들을 보며 꺄르르... 했던 제 모습이 부끄럽기까지 하더군요. 또, 괴씸하기도 했구요.

또, 강변으로 계속 이어지던 모래사장도 사라져버렸습니다. 다 수몰됐거나 준설로 다 파갔겠죠. 그 속에 살던 생명들은 아랑곳하지도 않았겠죠. 수위가 깊어지면서 여울역시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허파가 작동을 중지했다는 뜻입니다. 숨을 쉬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거죠. 지금은 수량이 비교적 많은 계절이라 적은 양이라도 물을 하류쪽으로 계속 흘려보내고 있지만 수량이 적은 가을, 겨울, 봄 철에는 썩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보 위쪽에 당도했을 땐 물비린내가 짠뜩 났습니다. 몇달 전 꾸구리 조사를 할 때 어류전문가가 '맑은 물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 때의 그의 말이 번뜩 생각나더군요. 이곳엔 향기는 커녕 물비린내만 진동했으니까요. 4대강 모든 곳에 이보다 훨씬 큰 보 아니.. 댐이 건설되고 나면 이젠 '물향기'대신 '물비린내'를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T.T



| 짜증이 났습니다. 보드랍던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딱딱한 세멘트 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괴상한 고무가 물을 막고 있었습니다. 아래쪽 콘크리트 구조물과 제 키만한 이 고무를 합치면 수심은 3M가 넘을 것 같았습니다. 이보다 하류가 무릅정도의 깊이였으니... 




| 보 위로 자동차길이 나 있었습니다. 아마도 수량이 많을 때는 이곳은 폐쇄되는 듯 보였습니다. 위로 보이는 건물은 경부고속도로의 금강휴게소 입니다.




| 이렇게 물이 많습니다. 아까 얕은 물과는 천지차이죠. 백사장도 없고 여울도 없습니다. 숨도 쉬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새들도 없는 겁니다. 




| 고무로 막혀져 있는 부분 반대편입니다. 콘크리트 구조물만 2M 가 넘습니다. (사람키를 보면 아시겠죠?)




|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수상스키, 오리배... 이것이 강 살리기??

정부에서는 수상레져 활동을 '삶의 질'향상 지표로써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 일본은 3만불, 유럽은 2만불 시대에 요트 등 수상레져 활성화 >> 됐다는 언급을 많이 합니다. 결국엔 강에 깃들어 있는 생명이나 그 생명들이 살아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이나.. 이런 것들을 싸그리 무시한 이유는 '뽀대' 다름 아닙니다. 돈 많은 나라들이 노는 방법을 따라하겠다는 거지요. 물론 그마저도 확인된 것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요트를 탄다면 바다에서 타는 것이 훨씬 더 재밌지 강에서 무슨 요틉니까. 

이곳도 수상스키타고 오리배 타려고 보를 만든 느낌입니다. 물론 일대 농지에 물을 대기위한 저수지일 수도 있겠지만 '금강유원지'라는 이름을 살펴볼 때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이 보를 지을 때는 '금강 살리기' 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았을 겁니다. 유원지 개발사업 쯤 됐겠죠. 하지만 지금 우리 4대강은 '살리기'라는 거짓으로 강을 개발광풍으로 휘몰아 넣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심보입니까. 

물에서 수상스키타고, 보트 타는 것. 재미있는거 저도 압니다. 우리의 '재미' 가치와 그 속의 '생명'의 가치를 따져볼 때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판단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가치판단이 오로지 '돈'으로만 매겨질 때 망하는건 시간 문젭니다. 수천년 동안 문명을 이루며 살아온 우리에게 그 만한 지혜는 있습니다. 귀가 따갑도록 배운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역사를 거스르는 겁니까? 오리배 타고 태평양 횡단이라도 할 셈입니까? -.-



| 그 맑고 아름답던 강물을 막아 이렇게 수상스키를 즐기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더 가치가 있습니까?




| 금강휴게소 기둥 아래에 몇몇 포장마차가 초라히 들어서 있습니다.




| 금강휴게소에서 강을 내려다 보는 사람들. 강은 점점 더 즐기는 강에서 바라보는 강으로 격리되고 있습니다. 




| 수상스키 선착장. 발을 담그고, 물장구 치는데 드는 돈은 0원입니다. 수상스키를 타는데는 큰 돈이 듭니다. 만약 4대강에 요트를 띄운다면?? 이제 그 강은 우리의 강이 아니라 돈있는 자들의 강이 되겠죠. 




| 오리배들. 진짜오리는 간 데 없고 가짜 오리가 판칩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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