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획기적 양심거울에도 불구 쓰레기 무단투기!

세상살이

by 채색 2010. 7. 28. 07:50

본문



금강 상류지역을 갔을 때입니다. 놀라운 풍경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기가 힘든 때이기도 했죠. 아름답게 펼쳐진 백사장, 맑은 물, 그 속에 꼬물 꼬물 헤엄치는 작은 치어들. 주변의 푸르른 숲과 아기자기한 마을까지 아름다움을 위한 조건은 다 갖추어져 있는 듯 했습니다. 여러 지역을 다녀봤지만 금강에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죠. 잠시내려 강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바람을 쐬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 못난 장면을 만나게 됐습니다.

하나의 표지판과 하나의 볼록거울, 그 아래에 쌓여있는 너저분한 쓰레기들. 표지판에는 '쓰레기 불법투기 당신의 양심을 버리겠습니까?' 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있었고, 거울에는 '당신의 양심' 이라는 단어가 붉은 고딕체로 적혀져 있었습니다. 표지판을 해석하자면 쓰레기는 곧 양심이고 그것을 이곳에 버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양심거울을 설치해 놓아 쓰레기를 투기하기 전에 '자신의 양심'을 바라보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곳에 양심을 투기했습니다. 자극적인 문구의 표지판과 양심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거울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처구니가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길 옆 대부분은 나무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이곳만은 약간의 풀이 난 상태로 약간 공터처럼 보였습니다. 그 때문에 오래전부터 쓰레기가 투기된 듯 했지요. 심한 문제가 됐을 테고, 관련 기관에서는 여러 조치를 취했고, 지금은 획기적 아이디어의 양심거울까지 설치된 겁니다. 

쓰레기는 소주병, 맥주병, 막걸리병, 음식쓰레기 등 피서객들이 버린게 분명해 보이는 것들이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와서 버린 것이 아닌 이곳에서 더위를 피했던 사람들이 이곳에 하나 둘 양심을 버렸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한 두 사람이 양심을 버렸고 이후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양심을 버리기가 더 쉬웠을 겁니다. 쓰레기가 쌓이면 쌓일 수록 양심을 버리는 사람들은 더욱 더 늘어났겠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 길을 지나가다 갑자기 마주친 표지판과 쓰레기들. 뭔가 했습니다.



|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엄청난 쓰레기들이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글씨의 표지판과 볼록거울이 있었죠.



| 표지판은 다름아닌 쓰레기 불법투기를 경고하는 문구였습니다. 불법투기와 소각행위가 과태료 최고 100만원이라는 표시였죠. 그보다 앞서 그 위에는 쓰레기 투기와 '양심'을 버리는 행위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 그 옆의 볼록거울은 굽은 길에서 다른 차량의 존재를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용도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양심을 비추는 거울이었죠. 쓰레기를 버리는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양심거울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는 쌓여만 갑니다.




| 이렇게 길가의 한켠에 쓰레기는 쌓여있죠. 사람들의 양심은 어디에 간 것일까요?


도심을 걷다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길거리 곳곳에도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어디든 손가는 대로 버릴 뿐입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 스럽습니다. 얼마전에 술집 광고전단지를 길바닥에 마구 뿌리는 사람들을 고발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특이했던게 아니었습니다. 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겁니다. 자신이 버렸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드러나지 않을 때 더욱 그렇겠죠. 이미 다른 사람들이 버려놨으니 내가 조금 더 버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라는 거겠죠? 

이 쓰레기들은 언제가는 치워질겁니다. 구청이든 군청이든 출동해서 차에 싣고 가겠죠. 분리수거가 전혀 안되어 있으니 분리부터하고 폐기할 것은 폐기, 재활용 할 것은 재활용 하겠죠. 문제는 눈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아니라 이곳에 수도 없이 쌓이는 '당신의 양심'은 결코 치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양심은 스스로 치우기 전에는 쌓이기만 할 뿐이겠죠.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