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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면 마을사람 다 모이더라~ 그리고 쳐다만 보더라.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10. 6. 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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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이 좀 심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멈추기만 하면 몰려드니 이거 편히 쉴 수가 있어야죠.


자전거로 유라시아를 여행하며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인도만큼 흥미진진한 곳은 없었습니다. 그 중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데는 인도가 최고였죠. 보통 배낭여행을 하게되면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 됩니다. 인도의 대도시는 대부분 유적이 천지라 대도시는 늘 외국인들로 붐비죠.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외국인들을 그저 이방인으로 생각하고 지나칩니다. 저 같이 자전거로 여행하는 여행자라 할지라도 힐끔 쳐다볼 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골마을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외국여행자를 아니 외국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지요. 이따금씩 외국에서 일하다 오신분들 중 영어를 하시는 분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네팔리'(네팔사람) 라고 놀리거나 가만히 쳐다보지요. 그냥 쳐다봅니다. 어떠한 목적도 없습니다. 호기심이죠.

네팔을 넘어 인도로 들어갔습니다. 일반적인 여행자 루트인 포카라 - 룸비니 - 소나울리 가 아니라 카트만두 - 비르간지 루트로 들어갔죠. 이 아래쪽은 인도에서도 가장 상황이 열악한 비하르 주 였습니다. 개발이 덜 된 대신에 사람들의 순수가 많이 남은 듯 했죠. 그만큼 호기심들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 정말 순식간에 모여들었습니다. 왼쪽 아래의 아이 눈빛이 보이시나요?


마을을 지날 때 물도 구하고 간식거리를 사려고 잠깐 멈추어 서면, 정말 순식간에 몰려들었습니다. 분명히 각자의 일로 바쁜 상태였는데, 저는 그저 슬쩍 들어가 한켠에 세우려고 한 것 뿐인데 어찌나 빨리 모이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모여들고 나서는 따로 얘기를 꺼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쳐다보고 웃을 뿐이었죠. 류시화 님은 인도인들이 영혼을 쳐다본다 했던가요? 이곳 사람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뚫어져랴 쳐다보길래 뻘쭘해져 주로 아이들과 눈싸움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다행히 웃으면서 쉽게 물러나더군요.ㅋ 그러나 어른들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마주보고 쳐다봐도 제가 무안해 질 뿐이었죠. 우리나라 같으면 굉장한 실례를 범한 것일텐데 이곳에서는 그저 그런 것일 뿐입니다. 이방인에게 호기심을 가진다고 해서 잘 못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저도 모르고 갔다면 굉장히 당황했었겠지만(물론 당황하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알고 가니 상황이 나았습니다.


| 호기심 충만한 아이들. 마치 저 나뭇잎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길모퉁이에 있는 노상식당이었는데 이 식당 뒤에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아저씨에게 대강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렸는데 건물 옥상을 보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있었습니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밥 먹는데 좀 그렇기도해서 계속 계속 쳐다봤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저기서 쳐다보는게 저도 신기했죠.

식당 주인 아저씨는 눈치를 살피는 저를 보고 아이들을 호통쳤습니다. '얘들아! 들아가!' 하는 듯 했죠. 그 말이 소리로 나왔을 때 잠깐만 들어갈 뿐 다시 우르르 나왔습니다. 아저씨는 두어번 소리를 치고는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팔짱을 끼고 구경을 하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a  헐.

밥먹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고, 구경할 거리도 저밖에 없었죠.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게 먹었습니다. 상황을 이해하고 모른척 한 채로 먹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러질 못했네요. 여행 고수가 아니어서 그랬나 봅니다. 밥을 다 먹고 자전거를 타려고 했을 때는 건물안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서 쳐다보다 뒤를 쫓았습니다. ㅎㅎㅎ

호기심 '만땅' 인도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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