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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돌 줍는 사람들

세상살이

by 채색 2010. 5. 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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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반하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자연스러운, 자연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은 기쁨을 더합니다. 요즘처럼 나무에서 새초록이 나오는 산은 생명을 돋우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비바람이 만든 기암절벽은 장쾌한 느낌을 줍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듯 그런 것을 볼 때면 함께 보고싶은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고 드물게 혼자만의 것으로 남기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을 볼 때면 사진을 찍어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자주자주 꺼내보며 흐뭇해 하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볼 때면 사진을 찍었던 당시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며 그 때를 그리워합니다. 황홀함을 한번 더 느끼며 또다른 아름다움을 꿈꿉니다.


강변에는 참 돌이 많습니다. 그것도 둥글둥글한 귀여운 것들이죠. 높은 산들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크게크게 쪼개지고 또다시 구르고 굴러 물이 흐르는 곳까지 내려옵니다. 그것들은 강한 물살과 함께 다시 구르길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물고기들의 집이 되기도 하고 산란처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것들은 물 밖에서 새들의 놀이터나 둥지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닳고 닳아 아름답게 변하고 동물들의 삶이었던 돌을 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소장’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런 돌들을 흔히 ‘수석’이라고 부르고 경제적 가치를 매기고 사고 팝니다. 어릴 때 친구들 집에서 본 적이 있는데 집안을 꾸미는데 한 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관상용 식물들로 꾸미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돌이 많은 강변에는 이런 수석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이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여전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갑자기 성황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강바닥을 퍼내는 대규모 준설작업을 하고있기 때문입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커다란 강에서 동시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준설한 뒤 자갈과 모래를 논에 설치된 적치장에 부어 보관합니다. 준설을 하는 것까지는 준설업체에서 하지만 후 처리는 지자체에서 담당합니다. 모두 준설된 뒤에는 강 정비 공사에 우선활용하고 남은 것들은 공공사업에 투입되거나 지자체에서 알아서 처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적치장에는 또다른 방법으로 처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석’을 채취하려고 ‘탐석’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엄청나게 큰 트럭들이 자갈을 붓고, 더 큰 불도저가 흙을 밀어내는데 그 아래서 눈을 부릅뜨고 돌을 찾지요. 길을 지나가다가 자주보게 되는데 트럭들이 들이부을 때마다 그 아래의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보였습니다. 보통 위험한 순간에는 피하기 마련인데 이 곳 이 때는 되려 모여듭니다.


그런 이유로 적치장 입구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대문짝만하게 써 있습니다. 수석채취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고였죠. 특히나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적치장에는 탐석하는 분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픈 마음 때문이겠죠.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너무나 궁금하여 가까이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 : ‘하루에 몇개나 주우세요?’

탐석가 : ‘한 개나 주우면 많이 주었지’

나 : ‘몇시간이나 있는데요?’

탐석가 :‘한 여덟시간 해요’

나: ‘왜 하시는거에요?’

탐석가 : ‘하루종일 낚시 하는 사람이나 똑같아’

나 : ‘얼마에 팔리나요?’

탐석가 : ‘하루종일 하나나 주울까 말까 하는데 그걸 왜팔어, 가끔씩 돈 되는 것들이 있긴해’


그냥 취미로 한다고 말씀들 하셨지만 매일같이 나와 이렇게 돌을 줍는게 정말 취미로 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않았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트럭들은 몇대나 와서 적치장에 들이부었고 아저씨들은 가까이 가 돌을 찾았습니다. 적치장을 통제하는 아저씨는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이 분들에게 경고했죠.


한 분이 주운 돌에 가까이 가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수석?’ 이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또다시 자갈이 구르는 소리가 사방을 두드렸습니다.


너무나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입구의 경고들은 이미 큰 사고가 있었다는 걸 암시했습니다. 그들역시 그런 위험에서 멀지 않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는 모험을 해서라도 가지고 싶은지 이해는 하기 힘들었습니다.


적치장 측에서도 경고문구만으로는 그들의 안전에 대해 책임을 다할 수가 없는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경비는 더 강화되고 심지어는 군용 철조망까지 등장해 접근을 막았습니다. 하여튼 취미생활을 할지라도 안전은 챙기시면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적치장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적치장마다 이렇게 사람들이 있죠. 모래와 자갈, 가끔 큰돌도 쏟아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이에서 돌을 줍습니다. 오른편에 보시면 심지어 경사면에 올라가 줍기도 하지요.



어떤 분이 주워놓은 돌입니다. 막눈으로는 이게 어떤지 그렇게 판단이 안서지만 목숨을 걸어서라도 이런 걸 주워야할지.



불도저 바로 아래에서 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사관계자가 차량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사람들에게도 항상 경고를 하죠. 가끔씩 자갈을 한가득 싣고 오는 차가 있는데 그럴 때면 벌떼같이 달려듭니다. 그 때 이 아저씨는 목이 터져라 '떨어지세요!' 라고 연신 외칩니다.





굉음을 내며 돌을 밀어내는 불도저도 이 분들은 두렵지 않습니다. 수석을 찾겠다는 일념하나로 매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적치장이나 항상 사망경고 표시판이 있습니다. 그저 출입금지나 위험 수준이 아닌 구체적으로 '사망'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적치장 위에 관계직원이 상주하여 접근하는 사람들을 모두 쫓아내고 있습니다. 위~에 사진에 나온 현장보다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 있지요.



강변에 있는 수석 가게들입니다. 준설을 하기 전부터 있었으나 준설 이후는 더욱 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 보입니다.



수석가게 앞에 진열된 수석입니다. 거북이를 닮은 듯한 자세를 하고 있네요.



또다른 수석. 마치 피구왕 통키가 불에 이글거리는 모습 같군요.




모양이 아주 부드러운 것들의 돌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이 돌을 어디다 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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