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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봉사, 이럴거면 차라리 오지마라!

세상살이

by 채색 2010. 4. 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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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시간을 내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전라북도 진안의 능길마을이었는데요, 이 지역은 수박 농사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고추농사도 짓고, 벼농사도 짓지만 수박을 가장 비중있게 가꾸었습니다. 우리가 가서 한 일은 수박이 자라고 나면 얹어놓을 짚을 깔고, 그 위에 덮을 비닐하우스용 얇은 철근?을 가져다 두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오후에 우리쪽 담당자가 마을에 먼저가 이장님을 만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협조했습니다. 그리고 당일날 아침 일찍 일손이 필요한 마을분 몇분이 우리가 있는 곳에 직접 오셔서 일꾼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저역시 차출되어 갔는데요, 60대 중반의 노부부의 수박밭이었습니다.

처음에 아저씨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우리들을 보시며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자 3명이 필요하다며 몇명골랐지요. 뭔가 께름칙한 모습이어서 괜히 폐만 끼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밭에 도착하자마자 "정말 잘왔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인즉 매우 시기적절하게 왔다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온 사람들은 힘든일이 다 끝났거나 아니면 시작하기도 전에 와서 시킬일도 없었다는 것이었죠.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일을 시작했습니다. 제일 첫번째로 한 일은 고랑 사이사이마다 작은 비닐하우스용 얇은 철근을 갖다 놓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철근이지 두꺼운 철사라고 하는게 낫겠네요. 길이는 약 3m 가량이었는데 비교적 무거웠습니다. 만약 우리가 가지 않았다면 아저씨가 다 해야할 일이였죠.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어려운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속도를 내 빨리 끝내버렸죠. 그 일이 끝난 후에 아저씨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때마침 새참이 도착했고 간단히 막걸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예전에 고추 심을 때 사람들 찾아왔었는데 시킨대로 하지않고 마음대로 해서 우리가 다 다시했어~", "어떤단체에서 왔던 사람들은 일은 제대로 하지않고 우리가 사준 맥주 한박스만 다 먹고 갔어~", "무슨 비료 회산가 하는데서는 힘든일 다 끝나고 난 뒤에 와서 할일도 없었어~".. 라며 그런 사람들은 차라리 오지않는게 더 속편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처음 하니까 그러거여" 라고 아저씨를 질책했죠.

농촌봉사활동, 즉 '농활'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듣긴 했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 하러 간 것인데 어린 학생들이나 도시사람들이 일머리가 없는 탓에 오히려 폐가 될 수 있다구요. 일을 시킨 농부는 최소한 밥을 먹여야 하는데 '밥 값도 못'했을 때는 정말로 큰 폐가 되는 것이겠죠. 그리고 참여자 중에 이런 일에 익숙치 않아 시킨대로 하지않고, 엉뚱하게 해놨다가는 두 번 일을 시키는 꼴이 되기도 한답니다.

농촌봉사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 아저씨였지만 농촌 일손부족에 대한 것도 역시 늘어놓았습니다. 능길마을 통틀어 가장 젊은 농부가 40대 초반 한쌍의 부부이고 나머지는 모두 60대 중후반이라고 했습니다. 농삿일이 다 육체노동인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넋두리했습니다. 귀농자금이 지원될 때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긴 했었는데 그 돈만 받고 다 나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죠. 실제로 그 때 들어왔던 사람들 중 남아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집의 옆 밭은 일당을 받고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와 계셨습니다. 우리가 오지 않는다면 그 아주머니들을 불가피하게 불러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죠. 특히 제가 했던 철근을 나르는 일은 인건비가 높은 막노동꾼이 와야했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문제는 시기적절하게 오는 사람들이 많지않다고 합니다. 얼마전에도 몇 팀이 왔었는데 할 일이 없어 하지않아도 되는 도랑청소만 하고 갔답니다. 또, 힘든 일이 다 끝난 후에 찾아와 생색만 내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구요.

뭘 하든간에 먹고 마시는 문제는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우리가 아무리 '돈이면 다 돼'라고 멍청하게 생각해도 이 땅에 먹을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안될 일입니다. 타국에서 비정상적으로 저렴하게 생산된 먹을거리에 이 땅의 농사가 망하고, 이후 그것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경로가 끊겨버린다면 대란은 불가피할 겁니다. 어찌보면 이 농사를 유지시킬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도시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의 농촌봉사는 꼭 필요합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중요성이라든가 우리 농촌의 현실을 알고 좀 더 관심을 두어야 하니까요 . 멀지 않은 미래에 젊은 세대들이 많이 내려가야 할 겁니다. 어떤 것보다 농사는 기본이자 기초이고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아저씨의 푸념이 아직까지 푸념으로 남아있지만 언젠가는 그것마저도 들을 수 없을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농촌봉사활동, 많이 많이 내려가고 가서 '시킨대로' 열심히 하고 돌아옵시다.

* 활동 계획을 세우기 전에 해당마을 이장님이나 읍면 사무소에 연락하여 어느시기가 적절한지 꼭 의논하고 갑시다.


짚을 깔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농부 아저씨



짚을 깔고 그것을 고정시키기 위한 줄을 놓고 있는 봉사자.


새참에 낮술. 아저씨는 철근 까는 것만 시키려고 했는데 빨리 끝나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술 몇잔 마시고 나니 어질어질 했지만 그 철근을 박는 일까지 했습니다. 불행히 오후엔 비가 쏟아져 다 마무리는 못했죠.


** 더 많이 가고, 더 열심히 하자는 취지의 글입니다. 오해가 없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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