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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맷돼지, 공개처형하려나...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09. 11.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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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바라나시 거리에서 만난 돼지가족, 이곳에서 그들은 유해조수도 먹거리도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는 돼지일 뿐이었다. >>

몇일전 모 방송에서 맷돼지를 사냥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맷돼지가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들을 살펴보니 "인간생태계를 위협하는 맷돼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MC군단과 포수 자원봉사단들이 '생태구조대'를 구성해 맷돼지를 잡기 위해 나선다" 고 나왔더군요. "생태??" 라는 단어에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전에 서울에 맷돼지가 나타나 사살했다는 뉴스를 보셨을겁니다. 차도 부수고 사람도 위협하는 등 완전 극악무도한 생명체로 비추었더군요. 죽일 수 밖에 없는 생명체라는 걸 강조하 듯 말이죠. 하지만 맷돼지의 입장을 잠시 살펴본다면, 평소에 살던 숲속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세상이 갑자기 나타났을 뿐이고,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 눈앞에서 소리지르고 난리를 쳐 더 놀랐을 뿐이고, 거대한 자동차가 눈앞을 가로막아 한번 들이박은 것 뿐이었던 것이죠. 인간들은 그 자동차의 기스 하나에도 엄청난 감정소모가 일어난다는걸 알리가 없었죠.

그런데 맷돼지가 왜 도시로 나오고, 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게 되었을까요. 우리보다 더 자연스럽고, 생태적이고, 야생스러운 맷돼지가 파괴적이고, 부자연스럽고, 수많은 동물들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인간에게 화가나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그런 파괴적 인간들이 '생태'를 들먹이는 것이 황당해서 그런걸까요. -.-

살 곳이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맷돼지는 인간처럼 한을 품고 살지않기 때문에 인간이 자신들이 살던 땅을 마구잡이로 무책임하게 파괴하더라도 그냥 살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살다가 계속 좁아지고 좁아져서 먹을 것을 찾다보니 도시로 나오고, 밭을 만났던 겁니다. 과거에, 그러니까 우리 인간의 범주가 '자연'속에 들 때는 그런 동물들이 살기에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사는 곳은 아주 적은 부분에 한정되었기 때문이었죠. 또, 그런 동물들을 존중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물질을 최고로 여기는 개념이 우리 머릿속을 채운 뒤 이 땅은 다 '누구네 땅'으로 나뉘었습니다. 그 누구도 인간에게 이 땅을 내 준 적이 없지만 인간 스스로 취했습니다.

또, 인간들의 '문명'이라는 것 때문에 산과 강은 파편화 되었습니다. 미친 듯 달리는 자동차가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도로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이 상상도 못할만큼 많습니다. 어떤 야생동물 전문가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지금까지 그곳에 그 동물이 사는 줄 몰랐는데 얼마전 로드킬 당한 걸 보고 서식을 확인했다' 구요. 로드킬은 도로에서 동물들이 차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겁니다. 얼마나 많은, 얼마나 다양한 동물들이 죽어가기에 그런 말이 나오는걸까요.

얼마전에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곳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도시에는 산 중턱까지 아파트들이 다 찼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그렇다면 그린벨트에 있던 농지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겠죠? 어차피 우리들은 먹어야 사는 것이니 또 재배를 해야 합니다. 산으로 가는 겁니다.

환경부에서 맷돼지 포획 허가 숫자를 기존 8063마리에서 2만마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맷돼지 개체수 추정치 4만마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죠. 아마 TV 프로그램도 이 때문에 시작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맷돼지 4만마리가 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전체 맷돼지의 숫자라면??? 서울광장에 다 모아놔도 다 차지도 않을 수 아닙니까??? 또, 그것은 단순히 추정치 일 뿐입니다. 만약 4만마리가 살지않고 만 9천마리만 산다면??

제가 알기로 맷돼지는 산 곳곳을 입으로 땅을 파 먹이를 얻습니다. 지렁이도 먹고, 칡뿌리도 먹고... 하죠. 한 가족이 배를 채우려면 작은 산 하나를 하룻밤에도 뒤집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먹이가 많은 곳은 적게 팠을 것이고, 먹이가 적은 곳은 더 많이 팠을 겁니다. 아무리 과학?이라고 할지라도 2~4만 마리의 식성이나 습성을 정확히 알 수 없죠. 그래서 추정치일 수 밖에 없을 것이나 만약 그 수가 틀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원래 이 땅에는 여러종류의 야생동물이 아주 많이 살았습니다. 지금은 눈꼽만큼도 볼 수 없는 호랑이나 표범, 늑대나 여우 같은 동물들도 많이 살았고, 지리산에 방사해 키우는 반달가슴곰도 많이 살았습니다. 약효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멸종해버린 사향노루의 경우에도 같고, 지금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산양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때려잡을 때는 불행히 멸종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총으로 사냥하니 재미있고, 가죽을 얻으니 좋고 또 돈되고...

재미나게 사냥하고 났더니 더이상 잡을 놈이 없었던 겁니다. 돈 안되는 돼지나 노루, 고라니 같은 동물들만 이 땅에 남게된 것이죠. 그것도 2~4만마리만 말이죠. 그 동물들이 살 곳이 없어 자꾸 인간이 사는 땅에 내려오니 모조리 유해조수로 지정해버려 사냥하도록 놔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런 뼈아픈 과오를 겪었음에도 또다른 과오를 실행하고 있는 겁니다.
 
<< 한라산에서 만난 노루, 제주도에서는 인간의 공격이 별로 없었기에 그들은 경계를 풀고 있다. 우리의 마음만 변화시킨다면 이런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그들이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는 것이 맞지않나 합니다. 그리고 얼마남지 않는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야생동물 이동통로 만드는 데 연구/조성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고, 그와 더불어 도로에 진입하지 않고 그런 통로로 유도하는 펜스 설치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 하구요. 도시로 나타나는 맷돼지나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는 긴급 구조대 같은 것을 편성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자연은 조화로울 때 유지가 되는 것은 자명하니까요. 인간이 그들을 다 학살하고 난 뒤에는 인간도 살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들을 죽이는 일 멈추어야 합니다.

극소수의 야생동물만 남은 지금의 현실에서, 방송을 통해 사냥이 좋은 일인냥 홍보하는 것, 매우 위험합니다. 법으로는 총 2만마리 1인당 6마리 이내라고 하지만 사냥에 재미붙인 사냥꾼들이 그저 법??대로만 할까요? 깊은 산속에서 죽인 뒤 가만히 놔두면 누가 알겠습니까. 맷돼지 뿐만 아니라 노루나 고라니 같은 동물들도 똑같습니다. 사냥을 확대할 수록 그들 숫자는 더 줄어들겠죠. 모 지자체의 경우 2~3년 수렵장을 개방했더니 야생동물이 하나도 없더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수렵장 수익으로 몇억씩 챙겼는데 한 3년 하니 동물들은 없고, 거금을 내고 사냥 신청을 했던 사냥꾼들 입에서 욕이 나왔다는 것이었죠.

만약 그러한 지자체가 사냥 문화가 확산될 수록 하나 둘 덩달아 늘어난다면?? 얼마못가 맷돼지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특별보호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종이 될 수도 있구요.

궁지에 몰린 돼지, 방송을 통해 공개처형하려는 것인가요?


일개 블로거의 글로 방송을 멈출 수는 없지만 제발 한번 쯤 더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현재의 자연재앙을 한 번 쯤이라도 생각해보셨다면 더더욱!! 차라리 로드킬 당하는 동물들을 구하는 프로그램이라던지, 그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취재라던지, 그런걸 해보시는게 국민들에게 더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기사를 살펴보니 환경단체, 야생동물 보호단체와도 협의했다는 말이 나오던데, 부탁이니 그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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