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중국여행, 제가 베개와 수건을 훔쳤다구요??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09. 7. 15. 07:19

본문





도시에 들어가 숙소를 찾다.

중국 자전거 여행을 할 때입니다. 산골마을을 지나고 지나 어느 평탄한 지역의 도시에 들어섰을 때죠. 중국의 도시들이 그렇듯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어도 웬만한 도시는 우리나라의 중대형 도시와 맞먹는 규모 입니다. 그런 도시엔 그에 따른 여러 상업시설이 있기 마련이죠. 그 도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름은 '에쪼우'. 여관을 찾기위해 도심으로 들어갔습니다. 보통 이런 도시에 들어갔을 땐 시장이나 번화가와 가까운 곳을 택했습니다. 구경할게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 도시의 번화가 근처의 여관들은 대부분, 아예 좋거나 아니면 '젠장'할만큼 구리거나... 두가지 였습니다.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민박'개념의 초대소를 찾아갔습니다. 바퀴벌레가 금방이라도 수십마리 쳐들어올 것 같은 환경이었음에도 가격은 무려 35위안을 불렀습니다. 컥!! 보통 이런 숙소라면 15~20위안이면 충분했죠. 비싼 이유는 에어컨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것마저 옆방과 구분하기 위해 세워진 합판에 구멍을 뚫어 함께 쓰는 것이었습니다.


러브모텔 수준의 여관에서 자기로 결정. 뭐여? 보증금이 더 비싸?

정말 구하기 힘들었죠. 한군데는 짐까지 다 옮겼다가 너무 더러워 그냥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힘들게 왔으니 좋은델 가자 해서 러브모텔 같은 곳에 갔습니다. 가격은 100위안. 당시 환율로 우리돈 13000원. 관광호텔 요금이 130~150위안인걸 생각한다면 상당히 비싼 여관임에 분명했죠. 물론 우리나라의 모텔 보다 조금 덜한 수준은 되었습니다.

가격은 위에 말한 것처럼 100위안은 여관비, 보증금으로 110위안을 요구했습니다. 그 전에도 관광호텔에 두어번 갔었는데 그 때도 보증금은 꼬박꼬박 돌려주었기에 별말 없이 줬습니다. 여관비보다 보증금이 더 비싸다는게 좀 이상하긴 하죠. ㅎㅎ...

직원은 제가 한국인인 것을 알아차리고 보증금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잘 못알아듣지요. 하지만 보증금, '야징' 이라고 하는걸 몇번 겪어 알고 있었기에, 직원에게 '워 쯔다오 야징' 하고는 그의 미소를 받으며 넘어갔드랬죠.

                               <<겁니 더운 도시 우한, 시내 고층빌딩 풍경>>


에어컨 빵빵한 방에서 숙면을 취하다.

당시는 7월 초순. 정말 더운 시기였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주변 번화가를 잠시 둘러보고, 시장도 둘러보고 했지요. 자전거 여행 초기였기 때문에 좀비처럼 돌아다녔습니다. 제대로 찍은 사진도 없습니다. 대강 밥을 사먹고는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잤습니다. 에어컨이 있었기 때문에 좀 편안히 잘 수 있었습니다.

큰 침대에 베개가 두개 있었기 때문에 더 편안히... 아... 베개는 아주 푹신푹신한 거라서 두개를 벨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장금 이야기 하는줄 알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겨 나왔습니다. 나온 시간은 7시. 거긴 층마다 안내자가 있었는데, 그 층에 있던 아줌마가 제가 나오는걸 보고는 황급히 제 방으로 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짐이 몇개 남아있었으므로 그걸 들어주려나보다 했었는데... 짐을 가지러 방엘 가보니 그저 이불을 들썩이며 있었습니다. 속으로 나가자마자 청소하는 거여? 참 꼼꼼하시네.. 했습니다.

1층으로 내려와 자전거에 짐을 달고 있었습니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후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못알아 듣지요. 내가 한국인인걸 알고 대장금에 대해서 물어보나 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워 부쯔다오 쭝원' (중국말 못해요) 하고는 짐을 계속 싸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줌마의 말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뭐라구요? 제가 베개와 수건을 훔쳤다구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카운터 앞으로 가서는 아주머니가 반복하는 단어를 전자사전으로 찾았습니다. 그랬더니, '베개', '수건', '의심' 같은 말이었습니다. 제 눈은 똥그레 졌습니다. 베개는 두개 있었고, 수건은 아예 없었거든요. 그래서 수건은 없었다고 가까스로 말하고 베개는 두개가 겹쳐있다 표현했습니다. 곧 아주머니는 위층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윗층에 있던 아줌마가 직접 내려왔죠. 그러고는 없다고 했습니다. 1개만 있다고 했죠. 두명이 협동으로 제개 여러가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알아들을리 없었고, 무슨말을 하든간에 저는 아니라는 소리밖에 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보증금을 빨리 달라고 재촉했습니다. 날이 더워지기 전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주머니는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어디였더라... 시골마을에서 소를 이용해 논을 갈고 있습니다.>>

30위안을 물어라. 아니면 사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라.

저는 그런게 정말 필요없었고, 그런게 들어갈만한 공간도 없었습니다. 무슨 베개를 어디다 넣고 가겠습니까. 그래서 아줌마께 자전거를 보여주며 없다는 시늉을 해보였습니다. 뭔가 답답했는지 허탈한 표정만 지었습니다. 그러더니 30위안을 내라는 것이었죠. 헉!! 그런것이었군. 갑자기 빡 돌아버렸습니다. 그리곤 소리쳤죠. '워~ 나~거~ 뿌~야오' (나 그런거 필요없어!) 다른 할 말이 생각이 안났습니다. '워 나거 뿌야오' 라고 반복해서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쉭쉭거리며 로비를 배회했습니다. 완전 화가났죠. 도둑으로 몰더니 결국엔 돈을 뜯기 위한 것이었다니. 보증금을 악용하는 군. !! 물건을 확인하고 없으면 공제를 한 후에 보증금을 돌려주게 되어 있을텐데, 저는 가져간 것도 없는데 그러는 것이었죠. ㅎ

돈을 못주겠다면 사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 했습니다. 더 화가났죠. 거의 30분 가까이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완전 배고팠고, 더워지기 전에 출발하고 싶었습니다. T.T


뭐가 캥겼는지 갑자기 보내주다.

한참 쉭쉭 거리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보증금 110위안을 꺼내줬습니다. 완전 황당했죠. 상황은 변한게 없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베개가 없어졌더라면 당연히 30위안 공제를 하고 돈을 내주거나, 사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 진위를 판단했어야 될겁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하는지 그 돈 그대로 돌려주었습니다.

아주머니 두 분을 차례로 째려봤습니다. 그리곤 소리쳤죠. '워 나거 뿌 야오!'(나 그런거 필요없어!) 라고... -.-a

여관을 나온 뒤 도심을 통과하는데, 어찌나 짙은 색안경을 끼게 되는지... 다 사기꾼 같아보여 혼났습니다. T.T (당근 착한 분들이 더 많겠지만요)










<그냥 가지 마시고, 추천 한방 놓고 가세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