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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옥류관에서 아침이슬을 듣다.

여행

by 채색 2009. 6. 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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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발사 그리고 그에 맞서는 우리나라의 PSI 참여 등 남북관계와 관련한 매우 불길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작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질 때만 해도 '이러다 갑자기 통일되는거 아닌가?'하는 기쁨을 느꼈었는데 말이죠. 대부분의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저도 마찬가지구요. 더군다나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거나 유도하는 일은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북쪽이나 남쪽이나 모두다 흥분한 사람들처럼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난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T.T




올해 초 네팔 여행을 갔을 때, 카트만두에 있는 '평양 옥류관'을 갔습니다. 평양 옥류관의 네팔 지점인 것이죠. 아마도 네팔의 왕권이 무너지며 북한과 네팔이 더 가까워졌나봅니다. 새로운 네팔정부는 공산주의를 표방하거든요. 그 덕?에 평양 옥류관을 방문하게 되었네요.^^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평양 옥류관은 여행자 거리인 '타멜'과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예전 왕궁이었던 곳에서 걸어 10분이 채 안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저녁에 간 탓에 거리는 조용했습니다. 3년전 갔을 때랑은 시내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정전도 더 자주 있는 것 같았고, 거리에 쓰레기도 많이 늘어난 듯 했습니다.

길 밖으로 삐죽이 나온 붉은 간판이 있었습니다. 대강 봐도 옥류관의 간판임을 알았죠. 사실 저는 북한 사람이라고는 통일전망대의 망원경으로 보는 보초서는 사람 이외 본 적이 없습니다. 외6촌이 일본에서 북한 국적으로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는 북한 국적을 가졌을 뿐이지 북한사람은 아니니까요.



입구 계단을 올라서자 알록달록한 색동한복을 입은 이쁜 여성분이 우리를 맞이 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는데 살짝 돌아서 버렸습니다. 조금은 안타까웠죠. 입구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평범했습니다. 북한 특산품을 파는 진열대가 있었고, 천장에는 약간의 꽃장식이 있었네요. 탁자는 그저 평범한 것이었습니다. 또, 무대도 있고, 노래방 기계도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봤습니다. 네팔의 다른 식당들에 비해 약간 비쌌습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가는 식당이 아닌 여행자들이 '부담없이'가는 식당 기준으로요. 하지만 메뉴들이 워낙 세분화 되어있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김치 종류도 많았는데 그것들도 모두 따로 판매하고 있었으니까요.



비빔밥 정식으로 시켰습니다. 밥과 김치는 물론이고 국과 반찬들까지 다 함께 나왔습니다. 북한 음식이라고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걸 크게! 느꼈습니다. 역시나 같은 민족끼리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 하더라도 그 변화는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나봅니다. 처음에 양배추로 만든 김치를 맛보고는 '우와 북한에서는 양배추로 김치도 만드나봐' 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 일행으로부터 우리나라도 그렇게 만든다며 핀잔을 받았죠.

밥먹는 중에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단체손님이었던 탓에 하는 듯 했습니다. 손님이라고는 우리와 네팔인 손님 3명 밖에 없었거든요.



노래방 기기의 반주와 공연자들이 직접 연주하는 악기반주를 적절히 섞어서 진행했습니다. 방금전까지 서빙을 하던 분들이 옷을 갈아입고 무대로 올랐습니다. 대부분 남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복장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과거 70년대 풍 디스코 복장 다름아니었습니다. 어릴 때의 어렴풋한 기억속에서나 끄집어 낼 수 있는... 과거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복장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들을 다 사진으로 담고 싶어 셔터를 눌렀지만 대번에 제지를 당했습니다. 사실 음식사진을 찍을 때부터 찍지말라며 직원들이 당부했거든요.

신나는 노래들, 민요들, 가요들 많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아침이슬이 흘러나왔습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허걱!!! 분명 아침이슬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독재정권 시절 국민들이 독재에 대항해 불렀던 그노래. 더군다나 작년 촛불집회에서 목이 터져라 불렀던 그 노래였죠. 그런데 그곳의 직원들이 이 노래를 부르다니!!



저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죠. 그들은 자유의 억압속에 의무적으로 이곳에서 이 일을 하고 있을테니까요. 들리는 바에 의하면 외모가 출중한 여성들은 이런 곳에 파견되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한다..고 들었거든요. 군 대체 복무와 비슷한 듯. 그들은 노래도 참 잘했습니다. 춤도 잘췄죠. 요즘 우리나라처럼 그런 현란한 춤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개성이 별로 없어보인다...는 것이었죠.

그들이 아침이슬을 부른 것은, 우리 일행중 누군가가 신청을 했기 때문이랍니다. 급실망 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며 누가 그런 노래를 스스로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북한에서라면 당연히 금지곡이었을테니까요. 잠시 뻥~~ 했습니다만 그곳에서의 감동은 한참이나 갔습니다.

방송이나 신문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치못하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소식에 바로 뒤이어 나온 북한의 핵실험과 우리의 PSI 참여 소식. 왜그리도 권력을 내세워야 하고, 힘을 과시해야 하는지요. 당근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문제입니다. 언제나 이 문제가 풀릴 수 있을런지요. 높으신 분들이 힘을 좀 힘껏!! 써서 이 땅 위에서 편안히 잘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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