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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km를 걸어 순례가는 70대 할머니!!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09. 5. 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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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나 해맑게 웃으시는지!! 역시 여행은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 따봉!! ^^

저의 자전거 여행이 그리스로 막 접어들었을 때입니다. 한 명의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고, 조금 더 달리니 길을 걸어가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걸어오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멈추어 세웠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 역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얘기나 해볼까 하는 심산으로 그녀에게로 걸어갔습니다.

"할머니 어디서 오셨어요??"
"프랑스에서 왔어"

프랑스에서 왔다는 말을 대번에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커다란 배낭과 두개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으로 보아, 또, 황량한 도로에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이 도보여행자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그리스, 할머니는 프랑스에서 왔다고...

"혹시 프랑스에서부터 걸어오신거에요??"
"응, 프랑스에서 걸어왔어~"

뜨아!! 얼굴은 물론이고 팔뚝 피부의 주름살까지 모든게 '노년'을 의미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똑똑히 '걸어왔다'고 했습니다. 불어가 섞인 영어이긴 했지만 프랑스 특유의 몸짓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의미는 충분히 파악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어떻게 그 먼 거리를 자전거로 다녔냐고 묻지만, 저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그 먼 거리를 걸어왔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저의 물음에 대답할 만한, 적당한 단어를 찾지못하고 '그냥~ 그냥~'이라고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 가는지가 궁금해지더군요.

"어디까지 가세요??"
"터키로 가서... 예루살렘까지 가~"

아... 그때서야 알게되었습니다. 할머니는 프랑스에서부터 예루살렘까지 성지순례를 떠나오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티베트를 여행할 때 가끔씩 라싸를 향해 오체투지로 성지순례를 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천키로를 그런식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차마고도'라고 하는 다큐에서도 나왔었죠. 그런데 이 유럽땅에서도, 이 할머니께서 그런 의미의 성지순례를 가고 계신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종교의 힘은 과연 강할 수 밖에 없다.. 고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한.. 8개월정도 걸린 것 같아~"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가셔야 하죠?"
"잘 모르겠지만, 한 몇달이나 걸릴 것 같네"

할머니께서 이 먼 거리를 걸어오며 겪은 에피소드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각국의 사람들이 할머니를 돕기위해 애를 쓴 모습들을 상상해보니 즐거워졌습니다. 잠자리는 주로 교회에서 자고, 여의치 않을 때는 텐트를 친다고 했습니다. 큰 배낭을 보니 그러한 짐들이 다 들어있을 것 같더군요.

자전거도 나름 느린 여행수단으로 갖가지 경험들을 가져다 주는데, 걷는 '도보여행'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할머니의 낡고 색바랜 배낭속에는 그런 아름다운 경험들이 가득 들어있을 것 같더군요. 그녀의 웃는 모습은 아주 행복해 보였습니다. 정말로 아이의 해맑은 웃음과 닮아있었습니다.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 그러니까.. 74살"


>> 할머니의 팔에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할 만큼 친숙한 주름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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