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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설치하면 산이 대머리된다?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09. 3. 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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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머니머니해도 케이블카 아니겠습니까? 큰 철탑으로 이어진 삭도를 따라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타기만 했다하면 표고가 수백미터나 차이나는 곳이라도 금방 올라갑니다. 같은 곳을 걸어서 올라가본 사람이라면 황당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이런 케이블카의 형제에는 곤돌라나 스키리프트 같은 것이 있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케이블카에 대한 요구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에따라 환경부에서는 삭도검토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 '자연공원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 지침'을 만들었고, 설치하기 위해서는 그 지침을 따라야 했습니다. 당연히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자연공원이니 그것은 엄격한 지침이었고 대부분의 자연공원 지역내에서는 설치가 불가능 했죠.

2007년 12월 29일에 동,서,남해안권 발전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대부분의 지역에서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지자체는 물론 건설업자나 주민들까지 나서서 요구를 했죠. 물론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한려해상 국립공원 등 총 29곳이었죠.

다행히 04년에 만들어진 '운영 지침'에 따라서 설치가 불가능 한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지자체와 개발업자들은 그 지침을 완화해주기를 요구했죠. 그러다가 08년 04월에 가지산 도립공원의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 사전환경성검토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협의를 해주게 됩니다. 사전환경성검토가 협의되면 이제 진짜 건설단계에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많은 시민단체에서 반대운동을 하게됩니다. 보존하기 위해 지정해놓은 자연공원에 케이블카는 어울리지 않거든요.

08년 말경에 '자연공원내 로프웨이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됩니다. (로프웨이는 케이블카 같이 '로프'(삭도)를 사용한 운송수단의 통칭입니다.) 04년도에 나온 '지침'과는 차원이 다르게 완화된 것이었죠. 전에는 보호구역 내 삭도의 길이가 2km가 넘지않도록 제한했었는데, 새로운 가이드라인에는 5km 까지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그저 '최대한 회피' 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며 보호구역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은 거의 없애버렸습니다.

얼마전에 설악산 국립공원 내에 설치되어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다녀왔습니다. 이 논란이 되고 있는 케이블카 문제가 어떤지 살펴보려구요.



케이블 카는 아주 높은 저곳까지 금세 올려다 줍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기 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몇시간이나 걸리던 거리이죠. 도착점 고도가 1100m에 이르는 곳이니 오죽하겠습니까.

다행히 권금성의 이 케이블카는 도중에 철기둥이 없어서 추카파괴는 별로 없는 듯 합니다. 또한 케이블카 운행 때문에 걸어서는 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 파괴되었던 등산로는 자연복구 되었을 겁니다. 많은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합리화 시키는데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쁘게 생긴 케이블카. 몇년전에 바꾸었다고 합니다. 스위스의 기술자를 부르고, 약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고 하네요. 이정도까지만 보면 '케이블카 좋구만'이 됩니다. 별로 힘 안들이고 산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기술개발로 인간의 편리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니 이런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는 없는 것 같네요.



그러나 이 사진을 보시죠.

3년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른채 이곳이 그저 바위봉이라 생각하고 설악산은 참 멋있네..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함께 간 박그림 선생님은 이곳이 숲이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적잖히 놀랐습니다. 그는 설악산지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산양을 20년간 연구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 이곳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관찰하시고 피부로 직접 느끼고 계시죠.

사진 아래쪽의 나무들은 다름아닌 이곳에서 죽어간 나무들을 '재활용'한 것입니다.





이 나무들을 보면 대충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곳이 정말로 원래 민둥머리가 아니라는 것을... 남아있는 나무들을 살리기 위해 보강공사를 하긴 했는데 참으로 어설프기 그지없습니다. 이곳의 나무를 지키기 위한 의지는 그 어디에도 없어보입니다.






곧 죽을 나무와 막 죽은 나무...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계속 계속 나무들이 죽어나갑니다.




평일인데도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았습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잘 상상이 안됩니다.



건너편 산을 바라봤습니다. 이곳보다 훨씬 가파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들이 구석구석 자라있더군요.


권금성으로 오르는 과거의 길은 폐쇄되어 자연복구가 이루어졌지만, 자연복구가 매우 힘든 정상 부위는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지리산 정상부위가 도벌꾼들의 방화 이후로 몇십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정상부위는 망가진 이후 복구가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수가 있지요.

그러니까 케이블카로 수많은 사람들을 쉽게 쉽게 올려보내 이곳을 아예 초토화 시킨겁니다. 동물같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나무는 물론이고 붙어있던 흙들까지도 쓸려내려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곳 권금성에서는 다른 곳으로의 진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등산로로 이곳저곳 연결되었지만, 등산객이 하루 묵어가던 산장도 아직 남아있지만... 다른 길은 갈 수 없습니다.(산장은 철거예정이라고 합니다) 케이블카로 올라간 사람은 케이블카로 내려와야 합니다. 어찌보면 권금성 케이블카는 정상부위 보전방안만 강구한다면, 지금까지 파괴된 부분만 복구하고 사람들이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게 만든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케이블카를 도입을 추진하는 다른 지역을 살펴본다면 문제는 틀려지지요.

한라산 - 영실~윗세오름(3.46km)
설악산 - 소공원~토왕성 폭포
설악산 - 오색~대청봉(4.73km)
설악산 - 대명콘도~울산바위(1.48km)
지리산 - 산동~성삼재(2.9km)
지리산 - 고기마을~정령치(3.46km)
지리산 - 중산리~제석봉(5km)
월출산 - 천황주차장~광암터(3km)
한려해상 - 선환선형 케이블카(23.4km)
한려해상 - 외도~내도(3km)
가지산 - 얼음골~능동산 능선(1.7km)
북한산 - 우이동~영봉
팔공산 - 갓바위(1.27km)

모두 다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으로 '자연공원 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보호이유야 당연히 자연과 공존하지 않으면 인간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며, '이곳만은 지켜야한다'는 이유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곳에는 사방으로 등산로가 뻗어있고, 권금성처럼 좁은 구간만 개방할 수 없는 곳입니다. 당연히 예전처럼 아래에서부터 걸어올라가지 않고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라간 후 주변으로의 산행이 이어질 것입니다.

권금성처럼 좁은 구간만 초토화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넓은 지역이 초토화 될 것입니다. 불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물론 지자체에서는 전망데크를 설치하여 방지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그곳의 전망만을 보러오는 것은 아닐겁니다. 또, 케이블카를 설치한 이후 등산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 그곳의 자연이 살아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예~전에나 그냥 잠깐 보고 오는 식의 관광이 유행했지 지금은 몸소체험하는 관광이 유행하니까요. 수많은 산행인들이 만들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체험하고 도시에서 얻은 마음의 때를 씻으려 하는 것이지 순식간에 올라갔다 순식간에 내려오는 것을 바라지 않을것입니다.

기 설치된 케이블카들도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데, 새로 생긴다고 해서 그곳의 관광이 부흥하게 될까요? 권금성 케이블카 운영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전국적으로 케이블카는 남산과 권금성만 흑자를 내고 나머지는 다 적자라고 하더군요. 적자라는 말은 케이블카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고, 그곳을 찾는 관광객 수도 많지 않다는 얘기겠죠. 물론 해당지역은 예전에 찾아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밝자국으로 인해 이미 초토화 된 상태이구요.
 
해당지역의 주민분들은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경기가 막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계시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죠. 앞으로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야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연이 더 아프게 될 것이라는 거죠. 인간은 자연 안에서 행복한데, 그것을 계속계속 망치는 것은 인간이죠. 자연이 아프게 되면 인간도 당연히 아프게 될겁니다. 분명히 인간은 녹색의 땅으로 들어가서 최소한 휴식이라도 해야합니다. 땅속에서 파내고 가공한 물질들 속에서는 힘이듭니다. 적응이 되어 있지 않기때문이죠. 숲에서 쉬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죠. 그러나 이제는 그런 깊은 산으로 계곡으로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집 앞으로 초록을 가져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숲과 동물들, 깨끗한 물과 공기가 우리 집 앞으로 전이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를 지켜주고, 수많은 생명들을 품어주는 아름다운 숲이 인간이 안겨준 아픔으로 머리숱이 빠지고 대머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사람의 유전적이고 자연스런 대머리는 '자연'이지만, 숲이 이렇게 대머리가 되는 것은 치료가(대부분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죠) 필요한 대머리입니다.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 4월 11일에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산 입구에서 '케이블카 없는 자연공원'을 주제로 서명운동을 시작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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