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되지도 않는 마을길을 거닐다가 작지만 눈에 띄는 꽃을 발견했습니다. 눈높이 보다 훨씬 아래에 있었으므로 한참을 구부려야 했습니다. 


쭈그려 앉아 녹색 갈색 풀들이 얽혀있는 곳에서 붉은 빛을 내는 그 꽃을 살폈습니다. 꼭 나팔꽃하고 닮았지만 그 크기는 반에 반도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작은 꽃이 '별'을 품고 있었습니다. 연필로 그린 별 말입니다. 다르게 보면 두팔 두발을 모두 벌린 사람같기도 했습니다. 사실 불가사리를 더 닮았지만요.


꽃에서 눈을 떼고 줄기를 살폈습니다. '어? 덩굴이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덩굴로 돼 있었습니다. 덩굴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식물 중 하나인데도, 이 식물은 그다지 혐오감을 주지 않았습니다. 덩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식물들을 못살게 굴기 때문입니다.


작은 별을 품고 있는 이 빨간 꽃은 다른 식물을 휘휘감고 올라서 자라는 건 다른 덩굴식물들과 똑같은데, 듬성듬성 달려있는 잎은 꼭 '내가 널 해치려는 건 아냐, 사랑해'라는 듯 하트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싫어하는 호박덩굴이나 환삼덩굴, 며느리밑씻개 같은 식물에선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참 색다르다...며 집에 돌아와 도감을 살폈습니다. 둥근잎유홍초라고 불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사온지는 얼마되지 않아 '외래식물'로 분류가 돼 있네요. 아니나 다를까 나팔꽃과 사촌지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나팔꽃이 별을 품고 있다고는 생각해본적 없네요.


신기하게도 영문이름이 Star glory 였습니다. 나팔꽃이 Morning glory 이니 번역을 하자면 '별모양나팔꽃'이 되겠네요. 처음에는 저 꽃을 보고 '별'을 연상하는게 좀 억지같다 싶었는데, 영문명으로 따져보면 많은 이들이 저와 비슷하게 별을 떠올린 것이네요. ^^


유홍초라는 이름은 머물留 붉을紅 풀草, '붉은 빛이 깃든 풀'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그냥 유홍초는 빗살모양의 잎을(그래서 새깃유홍초라고 하기도), 단풍잎 모양의 잎을 가진 건 단풍잎유홍초라고 부르고, 제가 관찰한 하트모양 잎을 가진 유홍초는 둥근잎유홍초라고 한답니다. 


다른 덩굴식물들도 이 유홍초를 좀 본받아서 다른 식물들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말이라고...ㅎ)




조금 떨어져서 바라본 둥근잎 유홍초. 다른 식물들에게 방해가 안될만큼 잎을 펼쳤다.




크기는 정말 작아서 새끼 손가락보다도 작다.




꽃이 떨어지면 곧 열매가 맺힐 것이다.




옆에서 보면 어릴 때 꿀을 따먹던, 꼭 사루비아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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