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이 태어나면 늘 우는 것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응애 응애 하며 우는 것은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잘 나왔다는 신호로써 여겨왔습니다. 지금까지 아이가 우는 것은 처음 세상에 나와 호흡을 하기 위한 행동으로 진짜 '우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새들이 소리를 내는 걸 '울음'이라고 표현하지만 흔히 말하는 '울음' 즉, 슬퍼서 우는 것과는 다른 뜻으로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기가 정말 슬퍼서, 아파서 울었던 것이라면 어떻습니까? 만약 아프지 않은 조건을 제공해 줬을 때 아기가 울지 않는다면,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면 놀랍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아기는 왜, 무엇이 그렇게 슬펐으며 아팠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지금까지 아기의 입장에서 출산을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도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아이가 우는 것이 늘 맞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산과의사이자 평화적인 출산 '르봐이예 출산법'을 널리 전파한 프레드릭 르봐이예라는 분입니다. 이 분의 저서 <평화로운 탄생>에는 아이의 울음이 그저 '귀여움'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것들이 나와 있습니다.





<평화로운 탄생>은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올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설명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아기의 상태나 의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언급합니다. 글을 읽으며 저도 놀랐습니다. 아기의 입장에서 출산을 생각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아기의 상태는 최고로 민감한 상태입니다. 살짝 스치기만해도 고통스러울겁니다. 르봐이예는 '지옥은 추상적이지 않다. 존재한다.'라고 하며 아기가 자궁을 빠져나오며 받는 고통을 설명합니다. 


따뜻한 뱃속 양수에서 살았고, 귀와 눈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새 것'인 상태이고, 탯줄에 연결되어 엄마에게 맑은 산소를 공급받았지만 직접 폐로 공기를 들이마시어 숨을 쉬어야 하니 힘이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작은 산도를 빠져나오기 위해 머리도 작게 만들고 몸을 웅크려야 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자연스럽게 나와도 힘든 데 현대의 분만실에서는 너무나도 밝은 조명과 시끄러운 소리와 각종도구와 화학약품들이 아기를 더욱 더 힘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시각, 후각, 청각, 통각 등 그 어떤 자극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아기가 바깥에 나오자마자 낯선 이들로부터 받는 극도로 강한 자극들은 아기가 '지옥'과 같은 경험을 한다는 말입니다.


어릴 적 목욕탕에서 엄마의 때미는 힘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다들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아픈데 엄마는 어른의 기준대로 때를 밀고, 아이는 너무 아파 결국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지요. 그럴진대 갓 태어난 아기의 감각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어둠, 그리고 거의...... 완벽한 침묵', '방 안에 가득 찬 깊은 평화', '인내. 산모가 자발적으로 차차 조절해 들어가는 바로 그 아기의 리듬.' 이 출산에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궁속에서 빠져나온 아기가 최대한 놀라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아기들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 팔을 잡고 엄마 배 위로 바로 올려줄 것, 절대 머리를 만지지 말 것, 탯줄은 스스로 멈추고 난 뒤에 자를 것 등 출산시에 꼭 염두해야할 몇가지를 강조해서 적어놨습니다. 작가는 이런 행동들이 '바로 이 순간이 아기의 남은 일생의 색깔을 결정한다 말해도 좋다'며 '평화로운 탄생'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몇번이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좀 특이합니다. 과학적인 내용으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내용으로 마치 시처럼 적혀져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두께보다 '내용'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엔 '아.. 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고난 뒤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란걸 깨달았습니다.


<평화로운 탄생>은 1974년에 처음 출간해 유럽지역을 휩쓸고 북미지역 등 여러국가에서 큰 히트를 쳤습니다. 그와 더불어 '르봐이예 분만법'이라는 출산법을 만들어내 각국에서 유행시켰습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독일이나 북유럽 쪽 소위 '복지국가'에서는 이런 방법을 통한 자연출산이 정착하는 단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병원이 아니라 조산원에서 아기를 낳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평화로운 출산은 커녕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하는 경우가 40%에 육박하다고 하네요. 아기가 원하는 환경 뿐만 아니라 산모가 바라는 환경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그런 출산을 우리나라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몇 번을 강조하지만 반자연적인 출산으로 아기는 부정적으로 자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예비 아빠로써 출산 전에 이런 책을 읽어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요. 예비부모들은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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