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논 냇가 옆에는 풀들이 참 많이 자라 있습니다. 이른 봄에는 냇가로 내려가 손도 씻고 그랬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풀들 때문에 그럴 수 없어 참 안타까웠어요. 


그러던게 어느날 분홍빛 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하더니 금세 냇가 곳곳에서 분홍빛이 빛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채워진 분홍빛이 궁금해 가까이 가서보니 꼭 이쁜 확성기가 줄기 끝마다 달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얼 말하려고 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큰소리를 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꽃 모양이 너무 특이해서 '이 꽃은 정말 처음 본다'라고 여기며 도감을 뒤졌는데, 어이가 없게도 물가에서 자라는 봉선화, 즉 '물봉선'이었습니다. 봉선화는 손톱에 붉은 물을 들일 때 쓰는 꽃으로 그 어느 꽃보다 친숙한 꽃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자세히 살펴보니 봉선화와 물봉선은 꽃 모양의 차이가 확실했습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확성기라고 가정했을 때 안쪽 울림통 부분이 물봉선이 확실히 깊고 불룩했습니다.


이 꽃에 붙은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손대면 톡~옥하고 터질것만 같은그대. 봉선화라 부르리'하는 가수 현철의 '봉선화연정' 가사에서 추측이 가능하죠. 하지만 이 꽃을 건드려보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에 한두송이 건드려볼까 생각중입니다. ^^


'지저분해보이던' 냇가의 풀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네요. 대체 제 머릿속엔 어떤 고정관념이 들어있는 것인지! 얼른 고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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