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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원주택이 아름답지 않은 이유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0. 7. 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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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북도 충주 일대에 있는 전원주택들 입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닌 '업자'에 의해 지어진 것입니다. 하나하나 뜯어서 보면 백설공주라도 튀어나올 듯한 이쁜 집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굉장히 추합니다. 자연의 이어짐이라던가 어울림이라던가 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중장비로 다 밀고 뚝딱뚝딱 지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전원주택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전(밭)과 원(동산)이 있는 곳의 주택이라는 말입니다. 흔히 도시가 아닌 곳에 ‘특별히’ 지은 주택들을 전원주택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있던 집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기에 누구라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이나 수원, 여주, 이천 등 수도권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이런 곳을 흔히 봅니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 중 집이 낡고 돈이 좀 있는 분들이 새로 집을 지을 때 이렇게 많이 지었으나 요즘에는 도시사람들이 별장처럼 짓거나 건설업체에서 단지로 짓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이들 주택을 볼 때면 언제나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집 자체로는 동화속 주인공이라도 살고 있을 법한데 막상 주변과 함께 봤을 때는 께름칙한 마음 접을 수가 없습니다. 색도 이쁘고, 모양도 이쁜데 왜 그럴까... 고민을 많이 해 봤습니다. 그러다가 나름대로 왜 이쁘지 않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1. 위치선정이 잘못되었다.

무엇이든지간에 제 자리가 있습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이유가 다 있지요. 특히나 자연물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데 자기가 없어야 할 곳은 결코 없습니다. 만약에 있다면 사람이 갖다놓은 것이겠죠. 예전의 사람들도 자기들이 있어야 할 곳에만 있었습니다. 마을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물을 잘 기를 수 있고, 특히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기름진 땅이 있어야 했습니다. 유목민이라면 초원의 연결 띠를 따라다녔고, 수렵민이라면 동물들의 흐름을 쫓았을 겁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는 자연흐름사상(음양오행)에 따라 집의 위치를 선정했습니다.


집을 짓기 전 위치에 대해 대단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햇볕이나 물의 위치는 물론이거니와 바람의 흐름과 땅 속에 흐르는 기운까지 파악했습니다.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만약 조화가 깨지는 곳이라면 매우 위험한 곳이라 지어서는 안됐죠.


경주 석굴암 아래에 찬 샘물이 내부의 습기를 제거해주어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온전했던 것도 그렇고 팔만대장경 경판이 썩지않고 지금까지 괜찮은 것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한옥에 담긴 지혜들 역시 자연의 흐름을 중요하게 여겨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생각하여 바른 위치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집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생각하지 않고 대강 짓습니다. 주변과의 조화나 흐름따위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합니다. 그래서 아름답지 않습니다.



2. 기계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포크레인 한 대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일하는 것과 비슷한 힘을 가집니다. 어디든지간에 손만 대면 다 으스러집니다. 커다란 바위도, 모래밭도 커다란 손으로 퍼내기만 하면 얼마든지 퍼낼 수 있습니다.


또 바퀴가 많이 달린 덤프트럭은 그 무거운 것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크레인이 마음껏 퍼내도 다 옮겨버립니다. 둘이 손을 맞잡으면 산을 하나 깎는데도 사람힘만으로는 몇십년 걸릴 것을 이들은 몇일만에 해버립니다.


그래서 이들은 산 중턱이든지 능선 위든지 가리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줍니다. 산 정상에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간 마치 손가락 같은 산줄기들을 쉽게쉽게 절단하곤 도로를 만들고 아파트를 세우고 주택을 짓습니다. 위치 선정을 위한 고민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바람의 흐름이나 야생동물의 이동, 하천의 위치 같은것도 신경쓸 필요가 없죠.


겨울철에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보일러를 틀어 따뜻하게 만들면 되고, 여름에는 전기를 써 에어컨을 가동하면 되니까요. 하수는 하수도를 통해 내보내면 되고, 식수는 상수도를 통해 집 안까지 들어옵니다. 신경 쓸 이유가 없습니다.


이 기계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끔 어디든지 파헤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흐름을 거스르더라도, 자연스럽지 않더라도 집을 짓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름답지 않습니다.



3. 자신의 삶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그 집에서 생활하는 햇수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집은 사람을 닮아갑니다. 평소에 쓰던 물건들은 집 곳곳에 걸리게 되고, 수확한 곡식들은 그 주변에 널립니다. 닭이나 개를 놓아 기르기도 할 것이고 텃밭에는 야채를 키우기도 할 겁니다. 그 일대의 자연과도 어울려 아주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겠죠.


그러나 이런 전원주택들은 해당지역의 삶과 전혀 동떨어져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의 인스탄트 숙박지일 뿐 삶 터가 아닙니다. 그 지역과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조건인 것이죠. 이런 집은 향기가 없습니다. 방향제는 뿌려져 있을런지요.


만약 그런 집이라 할지라도 부단히 노력한다면 주변과도 어울리고 자연과의 흐름에도 순응할 것입니다. 그래도 흙이 내려와야 하는 지역 - 보통은 절개면 - 이나 강의 물이 넘치는 지역 -범람원- 같은 곳에 지어진 집들은 오래가지 않아 무너질 겁니다.




이어짐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연과 나, 나와 너.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온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관계든 단절이 된 후에는 돌이키기 힘들지요. 특히나 생명의 경우에는 더 심합니다. 고민없이 기계로만 뚝딱 해치워버리는 습관은 아름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와 자연과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고민해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만든 전원주택이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보여서는 안됩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옛 사람들의 지혜를 끌어와야 합니다. 기계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으니까 문제없다는 식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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