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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초록을 휘날리다.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09. 6. 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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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있던 자리, 사람들의 발길로 사라진 초록이 다시금 돌아오길 바라면서 초록색 천을 펼쳤습니다. 앞으로 사라져갈 초록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초록색 천을 펼쳤습니다. 정상일대는 바위만 듬성듬성 올려져 있는 듯 하지만, 모두 초록으로 덮여져 있었습니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이후에는 더 넓은 부위가 사라질 것입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눈감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들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진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요?

설악산에서 20년이 넘도록 산양보호활동을 하신 분이 계십니다. 박그림 선생님이라고 하는데요. 그 분 역시 이 케이블카 문제에 대해서 매우 민감합니다. 당연히 케이블카가 건설되고 나면 야생동물의 서식자체에도 위협이 되는 것을 아니까요. 그분과 함께 설악산 대청봉에서 녹색천을 뒤덮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초록색 천 150마를 대청봉까지 올리는 데 정말 힘들었네요. 이 포스트를 쓰고있는 지금... 다리가 아직 후들거립니다. -.-a

오래전부터 추진되어왔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2007년 말에 ‘동서남해안권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상승기류를 타더니 이명박 정권으로 바뀐 뒤 자연공원법 개정까지 하며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환경단체, 종교단체, 산악단체 등 여러 단체에서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반대해 왔지만 그에 대한 목소리는 전혀 듣지않고 묵묵히 추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몇일 전 환경의 날에 KTV 정책대담 프로그램에서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4대강 수중보 설치로 수질이 개선된다는 내용을 이야기하며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는 ‘제한적 범위 내에서 케이블카 새발을 허용하면, 환경보호와 국민수요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수차례 주장했지만 케이블카는 들어서면 안되는 시설입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구간은 등산로를 폐쇄하기 때문에 더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등산로 구간이야 바람도 잘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자연복원이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케이블카가 올라서는 정상부분은 한번 파괴된 이후에는 자연복원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아고산대의 혹독한 기후로 인해 식생도 특이하고 망가진 부분은 거의 회복불가라는 것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리산 제석봉 일대 도벌로 인한 파괴현장이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식물이 잘 자라지 않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이 국회(법안)와 국무회의(시행령, 시행규칙)를 통과한 이후 가장 먼저 건설이 될 곳입니다. 10여년 전부터 매우 치밀하게 추진되어 왔으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결코 설치될 수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생물권보전지역(1982년)인데다 국가가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171호)이기도 하고, IUCN(세계자연보호연맹)에서도 카테고리 II(국립공원)로 지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죠. 국립공원이 흔히 이해하는 공원과 동의어가 아닌 것은 다른 포스트를 통해 말씀드렸었습니다. 미국에서 국립공원 개념을 가져올 때 park의 보호구역의 의미를 가지고 온 것이라구요.

설악산은 한 해 방문자만해도 35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중 15만명 정도가 대청봉까지 산행을 한다고 하구요. 단풍철에는 오색에서 대청봉 구간이 평소 4시간이던 것이 6시간도 모자란다고... 사람이 많아 정체현상이 빚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나면 35만명 정도의 사람이 더 대청봉을 오를거라고 하더군요. 물론 기존의 15만명 정도는 탐방로를 통해 꾸준히 올 것이고, 35만명은 바로 정상으로 올려지는 것이죠.

설악산 정상은 오랜기간동안 사람들의 발길에 아주 넓은 부분이 파괴되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복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놓은 상태이구요. 그 작업은 당연히 환경부 주도하에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의 파괴를 불러올 케이블카를 놓는 것도 그들이구요.


대청봉에서 1인 시위하는 박그림 선생님. KBS 다큐 '산양, 부활을 꿈꾸다'에 출연하셨을 때 정말 산양을 닮았다..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자연과 가까워 보였던 분. ^^ 오늘부터 일주일동안 대청봉에서 계속 1인 시위를 합니다. 혹시 대청봉을 방문하시는 분은 응원의 목소리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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